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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유방암조기발견
[전문기자 칼럼] 어느 유방암환자의 절규 (2001.09.05) By 관리자 / 2004-10-30 PM 12:58 / 조회 : 1981회
한 여성이 병원 복도에서 울고 있었다. 미국유학 후 대학에서 전임강사로 일하는 이 여성은 35세라고 했다. 유방암 진단과 함께 유방절제술과 겨드랑이 림프절 제거술까지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선고에 흐느껴 울고 있었다.

그는 석달 전 한쪽 유방에 조그만 멍울이 만져져 한 의원에서 유방촬영술을 받았다. 의사는 아무런 설명없이 그를 집으로 보냈고, 며칠 후 그 병원 간호조무사로부터 ‘정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 후 아무래도 유방의 멍울이 커지는 것 같아 대학병원 방사선과를 찾았다고 한다. 나중에 가져온 석달 전의 유방촬영술 사진을 보니 유방 한 구석에 유방암 1기에 해당되는 작은 병소가 관찰되었다. 석달 전이었다면 암덩어리만 절제해내도 충분한 치료가 되는 크기였으나, 이제는 유방 전체를 잘라내도 완치를 보장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병원 의사는 유방촬영술에 대한 전문적인 수련을 받은 적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면허만 있으면 특별한 자격이 없어도 고도의 정밀 의료장비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이 단지 그 의사만의 오류인가?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유방암 진단에만 국한된 일인가. 역시 그렇지 못하다. 두 가지 요인이 겹쳤다. 첫째, 의료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만 강조한 채, 의료의 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도외시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빚어낸 총체적 구조적인 부실이다. 여기에 전문가 집단이라고 자처하는 의사들의 윤리의식 부재가 겹친 것이다. 초기 유방암은 손으로 잘 만져지지 않고 유방촬영술로도 그 미세한 변화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오진과 관련된 빈번한 의료분쟁의 대상이 된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영국, 호주, 독일 등의 선진국들은 유방촬영술을 숙련된 전문가에 의해서만 운영되고 판독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이 기계를 운영하는 병원을 1년에 한번씩 불시에 직접 시찰하여 조금이라도 미비한 점이 발견되면 그자리에서 환자 진료를 못하게 한다.

우리는 어떤가? 최근 보건복지부가 우리나라의 유방촬영술·CT·MRI 등 정밀 의료장비의 질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이들 장비의 3~5대 중 1대가 조기진단·정밀진단이 불가능한 불량화질이었다. 이런 장비로 매년 수백만건씩의 검사가 행해지고 있는 데도 우리나라는 그걸 제제할 아무런 법조차 없다.

성능에 상관없이 폐기처분되어야 할 장비라도 사진만 찍혀 나오면 설치가 가능하며, 아무런 자격 없이도 의사 면허만 있으면 이들 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얼마 전 위암·유방암·간암 등 국민 5대 암 검진사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부실한 장비와 관리로 이 사업이 진행된다면 결국 불량 검진만 양산하게 되고, 차라리 안한 것보다 못한 꼴이 될까 우려된다. 병에 걸려있는 상태에서 ‘이상 무’ 판정을 받은 사람이 치유불능 상태에 이르러서야 병을 알게 되고 그래서 치러야 할 대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진료 분야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안전성과 효능이 명확지 않은 새로운 치료술의 경우, 선진국에서는 반드시 「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국내 병·의원에는 이 시스템이 아예 없는 곳이 태반이며, 있는 곳도 의사들이 이를 제대로 활용을 안한다.

또 미국에서는 반드시 의사 2명의 동의서가 필요한 환자의 생명이 걸린 큰 수술도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한 명이 결정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의사 면허증 하나가 의료의 질을 보장하는 처음이자 끝인 셈이다.

과거 병원 문턱이 높아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지금까지 그것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이제 의료의 질을 생각할 때이다.

( 이철중 의학박사 )